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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걸음을 걷는데 20분이 걸린다면….

 

아버지는 꽤 오래 방에 누워 계셨다.

요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중 제일 중요한 것은 화장실에 기어가서 대변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앉아서 스스로 밥을 먹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일이 불가능한 상태로

하루가 아닌 몇 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의 병명은 파킨슨병

모든 근육이 점점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병이다.

처음엔 다리가 그 다음엔 손이 그 다음에 또 어딘 가가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고향집에 가면 항상 아버지는 누워 계시거나 비스듬히 않아 TV

보고 계신다. 리모컨과 TV 전기장판 그리고 베개가 일체화된 삶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15여년전 아버지는 발목 수술을 했다.

발목이 자꾸 흔들려서 발목 고정 수술을 했던 것이다.

아마도 이 때부터 파킨슨병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의사는 흔들리는 발을 고정하기 위해 발목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 수술을 했다. 아버지는 그 이후에 항상 이상한 모습으로 걸어야 했다.

가족들도 이상한 자세로 걷는 아버지가 익숙해졌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흘렀고 점점 발걸음이 이상해지더니 어느 날 주저 앉았다.

그 후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이 때도 의사도 가족도 아버지가 발이 아파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났다.

어느 날 TV에서 파킨슨병에 대한 방송을 봤다. 아버지 증상과 동일했다. 

바로 고향 집에 가서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갔다.

의사에게 파킨슨병이 의심된다고 했더니 몇몇 질문과 걷는 모습을 보고 나서

아버지는 파킨슨병 환자가 되었다.

 

정확한 병명을 드디어 얻은 것이다.

 

그렇게 또 몇 해가 갔고 어느 날은 일어나지도 못했고, 어느 날은 기어가지도

못하고, 또 어느 날은 조금 좋은 상태가 되었다가 어느 날은 밥을 흘리고….

이런 저런 날들이 세월과 함께 흘러가고 있다.

 

그 사이 늙은 어머니는 아버지 병간호와 농사일에 지칠 때로 지쳐 버렸다.

화장실도 못 가면 그 땐 요양병원에 보낸다는 어머니의 엄포가 있어서

인지 아버지는 매일 아침 방송에서 배운 체조를 한 시간씩 하고 있다.

 


아마 현재 아버지의 유일은 소망을 죽기 전까지 스스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6년전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강원도를 한 바퀴 돈 적이 있다.

그나마 지팡이에 의지에 걷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여행이었다.

그것이 아버지와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다시는 갈 수 없다.

 

아버지는 내가 6살 무렵에 흉작으로 공장에 일을 하러 떠나 고등학교때 돌아오셨기

때문에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거의 없다.

 

기억나는 추억이라면 어렸을 때 투망을 들고 수로에서 물고기를 잡던 기억이 있다.

멋지게 투망을 던지는 아버지를 보고 나도 어른이 되면 꼭 해보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불법이 되었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온 다음 논에서 함께 일하던 기억이 난다.

들에서 일하다가 지치면 가끔 술을 마셨다.

 



아버지는 막걸리 나는 맥주를 마셨다.

드넓은 지평선으로 해지는 노을을 보며 아버지와 마시던 맥주는 특별했다.

 

오늘도 아버지는 3평이 안되는 방에서 TV를 보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매일 진통제 소화제 당뇨 고혈압 그리고 파킨슨병 약들과 항우울제와 치매 예방약까지 알 수 없는 약들이 아버지 몸으로 들어간다.

그 때문인지 아버지는 아기처럼 매일 잠을 잔다.

하루 종일 잠자고 깨고 먹고 화장실에 가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데만 40-50분이 걸린다.

10걸음이 안 되는 화장실은 가는데 20분이 걸리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하루에도 몇 10km를 취미로 달리는 나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치료 방법도 없고 더 이상 개선도 되지 않으면 꾸준하게 진행되는 병과 함께 하는 삶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어느새 한국남자 평균 수명을 넘겼다는 것뿐일 것 같다.

 

이번 주에 김장을 하러 고향집에 간다.

아버지는 왔냐...”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다시 TV나 잠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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