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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어를 굽는 시간


 

선배 어디가요?

길을 걷는데 갑자기 학과 후배가 나를 붙잡더니 물었다.

점심 시간 인데..

어디를 가겠냐? 식당에 가야지.

 

우리 오늘 특별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은 어떼요?

우리 오늘 특별한...

너랑나랑 그런 이야기를 할 만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나보다 두 학기 아래의 수현이는 평소에 나랑 친분이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이야기라로 몇 마디 나눈 것이 있다면

학기초에 엠티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것이 전부

 

학교에서 가까운 k시에 산다는 것과 학교 다닐 때 수영을 했다는 것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수영을 해서 그런지 어깨가 넓었다.

 

경영대에서 미술대 사이에 두 줄로 심어진 벚꽃 나무에

꽃이 막 피기 시작했으니 아마도 4월이었을 것 같다.

 

그래 어디 가고 싶은데...

그냥 선배는 따라만 오세요.

그래 특별하게 갈 곳도 없으니 함께 가보자.

 

수현이는 학생식당을 지나서 더 멀리 가고 있었다.

 

그냥 학생식당이나 가자.

멀리 가봐야 별 것도 없는데..

 

선배 제가 뭐라고 그랬 어요.

오늘 저랑 특별한 것을 먹어 보자고 했잖아요.

수현이는 다시 딱부러지기게 말했다.

 

그래 알았다.

 

학생회관을 지나 조금 더 멀리 가니

멀리 교수식당이 보였다,.

 

너 저기 가자고 하는 거야?

 

...

저기 뭐 특별한 거이라도 파니?

솔직히 나는 교수식당엔 가본적이 없다.

 

말이 교수 식당이지 학생식당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좀 더 좋은 음식을 파는 학교 식당이라 학생이 가도 되는 식당이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경영대에서는 너무 멀어서 가본 적이 없었다.

 

거기 가면 뭘 파는데...

 

가보면 알아요.

그래 알았다 알았어...

 

교수 식당 앞엔 분홍빛 꽃잔디가 가득 피어 있었다.

4월의 따스한 봄 햇살에 이제 갓 20살이 된 수현이의 볼도 분홍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수현이가 저렇게 예쁜 아이였나....

잠시 나는 딴 생각에 빠졌다.

 

선배.. ...

메뉴는 제가 이미 골랐어요.

어 그래...

뭔 데...

 

청어요!

 

청어...

물고기 청어 말이야?

. 저는 청어 구이를 좋아하거든요.

여기 식당에서 매주 이 날만 청어를 구워 주더라고요.

.. 그래서

근데 왜 나랑...

오늘 여기를 특별하게 온 거야...

 

선배 기억 안나요?

무슨 기억...

 

그때 엠티때 제가 선배에게 이야기했잖아요.

무슨 이야기?

제가 청구 구이를 좋아한다고요.

그랬었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억지로 기억해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했다.

 

엠티로 갔던 대천 바닷가에서 잠시 걸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그 아이가 자기는 푸른 바다를 닮은 청어를 좋아한다고 했었다.

그래... 기억난다.

 

. 청어를 좋아 한다고했었지?

맞아..

 

근데 바다를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청어를 좋아하는 거야?

 

선배 그만 묻고 청어를 드시는 것이 어때요?

수현이는 어느새 청어를 먹기 좋게 살만 발라 놓았다.

 

..

너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

나도 청어정도는 잘 먹는다.

 

그냥 제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그래 알았다.

 

우리는 벚꽃이 피기 시작한 캠퍼스를 바라보며

청어를 먹었다.

 

사실 나는 청어를 처음 먹어봤다.

내가 먹어본 등 푸른 생선은 고등어가 다였다.

 

청어 구이의 맛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맛은 중요하지 않았다.

수현이랑 앉아 청어를 먹는 시간이 좋았다.

 

선배..

..

저 다음에 선배랑 다시 청어 먹으러 와도 되나요?

.. 그래

청어 맛이 좋은데...

 

수현과 나는 청어를 먹고 다시 경영대학 건물이 있는

교정을 걸었다.

 

일찍 핀 벚꽃이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고 있었다.

꽃잎은 수현의 머리에도 어깨에도 떨어졌다.

나는 그녀의 머리에 떨어진 벚꽃 잎을 수현에게 건넸다.

 

꽃이 널 좋아하나 보다?

..

꽃이 내 어깨에는 안 떨어지고 너에게만 가는 것을 보니..

선배 그런 달달한 말을 자꾸 하시면 제가 좋아하는 수가 있어요.

수현은 환한 잇몸을 드러내면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녀를 꼭 사랑해야 할 것만 같았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우리는 경영대에 도착했다.

우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학생회실로 걸어갔다.

 

선배 뭐해요?

...

아니 점심시간인데 잠을 자고 있으면 어떻 해요?

..벌써 점심 시간인가...

나는 달달한 꿈에서 깼다.

 

선배 점심 시간인데 점심 뭐 드실 거예요?

 

수현아.

.

너 청어 좋아 한다면서..

우리 청어 먹으러 가자?

정말요..

선배 내가 청어 좋아하는 것 기억하고 있었네요.

그럼..

 

우리는 경영대를 빠져나와 벚꽃길을 걸었다.

꽃은 이미 지기 시작해서

길을 꽃천지기 되었다.

수현이는 뭐가 좋은 지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봄이 이렇게 또 가고 오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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